독서일지/일반도서

소년이 온다

스윙핸즈 2024. 5. 1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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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소년이 온다
날짜 : 2024.
책,작가 특징 : 한강 저, 창비
책내용 요약 :
p.17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꺼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쐇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p.79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86 위험이 컸기 때문에 집회는 자주 열릴 수 없었다. 대신에 인생을 건 싸움이었다. 중앙도서관 유리창이 안쪽에서 깨지고 긴 현수막이 외벽을 따라 늘어뜨려지면 그것이 신호였다. 살인마 전두환을 타도하라. 옥상 기둥에 밧줄을 묶고 자신의 몸에도 감은 뒤 뛰어내리는 학생도 있었다.... 그걸 멀리서 지켜본 날 밤이면 그녀는 잠을 설쳤다. 잠들었다가도 가위에 눌려 곧 깨었다.
p.9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132 내가 이 사진을 설명해야 합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 김진수가 어떤 이유로 이 사진을 끝까지 가지고 있었는지, 왜 유서 곁에 이 사진이 놓여있었는지 내가 이제 추측해야 합니까? 여기 직선으로 쓰러져 죽어 있는 아이들에 대해 선생에게 말해야 합니까? 무슨 권리로 그걸 나에게 요구합니까?
p.134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p.135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p.204 이걸 왜 하필 나에게, 아무런 힘도 없는 나에게 알려줬을까. 빨리 택시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가자고 해야 할까.... 입속이 타들어가던 한순간 눈을 떴다. 꿈이었어.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펴면서, 어둠 속에서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꿈이었어. 꿈이었어....
 
내 생각 :
책의 내용을 모르고, 책을 시작했다. 그랬다가, 결국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었고, 매우 불편했고, 하지만, 의무감으로 읽었다. 불편한 감정은 책을 중간에 놓지 않도록 기꺼이 만들어 주었다. 예전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다. 불편할줄 알고, 불편하리라고 예상했으면서, 집어들고서는, 결국 불편하게 끝까지 놓지 못하고 새벽까지 읽으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소년이 온다’를 오늘 하나 추가 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각자의 삶의 스토리와 그날의 참혹함, 그리고 당시의 민초들의 가난하고, 억울한, 슬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한국의 5000역사 중에 우리는 조선과 일제강점기, 해방까지만 아주 잘알고 있고, 그 후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근현대사는 목록만 나열할 수 있을 뿐이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잘모른다고... 더욱 안타까운 일은, 직접 경험한 부모님들이 살아계신데,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말하지 못하는 참혹한 진실.
작가 한강은, 그 불편함을 여실이 꺼내놓았고, 그 진실 앞에서 독자는 괴로워한다. 나 역시 괴로웠고, 여전히 괴롭다. 그렇게 2024년 518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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